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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로 보는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No country for old man)

Player0 2015. 1. 29.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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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아일랜드의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시 〈비잔티움으로의 항해〉에서 따온 구절('That is no country for old men)로, 정확히 말하면 '노인을 위한 나라가 아니다', 즉 노인을 돌봐주지 않는 나라가 더 원래 뜻에 들어 맞는다. 항목명처럼 번역하려면 That is가 아니라 There's가 되어야 한다.

제목의 노인이란 "오래된 지혜를 가진 현명한 생각의 소유자"다. 만약 노인의 경험과 지혜대로 예측가능하게 흘러가는 사회라면 그 곳에서 노인들은 대접받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지혜로운 노인들만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노인이 늘 우대받는 것도 아니다. 우연을 통해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고, 누군가 선한 의도로 행한 일이 곧 악몽이 되어 찾아오는 것. (노인들에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결과가 매일 일어나는 곳이 우리가 사는 세계인 것이다. 이러한 부조리한 세상의 이치를 매우 담담한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상식이 비상식이 되는 사회. 왠지 남얘기 같지만은 않다.
코맥 매카시 作. 본격 하드보일드 누아르 액션 스릴러 소설
사냥갔다가 돈가방을 주운 루엘린 모스와 도살용 공기총(캐틀건)을 사용하는 살인마 안톤 쉬거와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그렸다.
매카시 작품의 특성인지, 쉼표나 따옴표 등의 일반적인 부호가 생략되어있다. 국내 출판본에서는 이를 일부 수정하여 필요한 곳에 쉼표를 새로 추가하였다. 다만 따옴표는 국내 출판본에서도 넣지 않았다.

코엔 형제 감독이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했다. 수익과 평가 모두 좋았으며, 한국에서도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그동안 개봉한 코엔 형제 영화에서 《파고》와 《인사이드 르윈》에 이어 3번째 대박이다...그래봐야 전국 65,523명이다. 허나 전국 상영관이 겨우 16개(뭐 스크린으로 치자면 70개가 넘지만)였다는 걸 생각하면 대박은 맞다. 평가로 말하자면 데어 윌비 블러드와 함께 그해 아카데미 상을 양분할 정도로 좋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노인의 복지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내지 조용한 드라마로 기대하고 봤다가 놀랐다는 일화도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상당히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던 영화 (독립영화로서, 상영관 규모를 생각하면)인 데 반해서, 그 내용 자체는 상당히 어려운 영화다. 긴장감 넘치는 연출과 안톤 쉬거라는 살인마의 카리스마가 이러한 어려운 내용을 넘어선 흥행을 가능케 했다. 

배우 하비에르 바르뎀이 연기한 안톤 쉬거의 캐릭터가 매우 강렬하다 (내용은 기억 안나도 이 아저씨는 기억나) 촌빨 날리는 극악의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는 무표정하고 무심한듯 시크한 킬러. 이해할 수 없음이 이 캐릭터를 말해주는 키워드다. 무기겸 작업도구로는 캐틀건이라는 도살용 공기총을 쓰는데, 실상 이것은 사람을 죽이기 위해 만든 이 아니라 가축을 도살할때 쓰는 도구이기에 작중에서 쉬거가 자신의 살해대상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이것만 쓰는 건 아니고 권총도 쓰고 산탄총도 쓴다. 한 가지 후덜덜한 묘사는 버드샷으로 사람 쏴죽여놓고 죽어가는 사람한테 내가 왜 벅샷이 아니라 버드샷을 쏜 줄 아냐? 네 뒤의 창문이 깨져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치는 걸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야라는 식으로 말한다. 물론 이 전무후무한 사이코패스가 지나가는 사람의 안위를 인간적으로 걱정했을 리는 없다. 다만 자신이 제시한 운에 따른 공평한 재앙을 준다는 자신의 철학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매사의 대부분을 동전 던지기로 결정하는 것이 배트맨 시리즈의 빌런 투 페이스와 흡사하다. 좋은 쪽이 나와서 목숨을 건진 인물도 있었다. 하지만 사실 이 동전에 담긴 의미가 투 페이스와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 안톤 쉬거라는 캐릭터의 핵심이다. 원작 코믹스에서 투 페이스의 동전 던지기는 단순히 인간의 양면성을 상징하는 것일 뿐이고, 한 발 더 나아간 다크 나이트에서 투 페이스의 동전 던지기는 정의와 질서의 무의미함(선이냐 악이냐는 단지 확률이 결정할 뿐, 그 자체에는 의미가 없다)을 상징한다. 그러나 안톤 쉬거는 동전 던지기를 통해 다크 나이트의 투 페이스와는 완벽하게 상극하는 필연성을 나타내려고 하는 차이가 있다. 안톤 쉬거가 처음으로 동전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낸 잡화점 주인과의 대화에서 이러한 점이 잘 드러나 있다. 이 때문에 성격의 반은 다크 나이트 조커와 비슷하다. 다만 웃질 않은 것 뿐.
킬러 주제에 몸에 피묻는 것은 극도로 싫어한다. 정확히는 칼슨 웰스가 쓸모 없어지자 소파에 앉아서 쉬거와 거래를 하려는 칼슨을 그 자리에서 쏴재꼈다. 이때 바닥에 흘러오는 칼슨의 피가 자신의 신발에 가까이 흘러오자 다리를 들어 탁자 위에 올린다. 코엔 형제의 영화다운 아이러니한 캐릭터지만, 이러한 기믹이 단순히 웃기는 요소가 아니라 마지막에 주인공의 아내의 생사와 관련된 암시를 해준다는 점에서 대단하다.
참고로 안톤 쉬거란 이름은 무국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작가가 만들어낸 이름이라고 한다. 유럽 대륙이든 미주 대륙이든 어떤 민족이건 간에 이런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천계에는 있다안톤 쉬거의 60년대에나 유행했을 듯한 끝내주게 촌빨 날리는 머리스타일은 쉬거를 연기한 배우 하비에르 바르뎀도 질색할 정도였다고 한다. 감독(들)이 바르뎀에게 쉬거의 헤어스타일 디자인을 내놓자 바로 욕을 했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다. 원래 하비에르 바르뎀은 스페인에서는 국민배우라고 할 정도로 유명한 배우다. 세련되지는 않았어도 마초적으로 잘생긴 배우인데... 그렇다 남자는 머릿빨! 아무튼 이 머리 모양은 감독(들)이 본 1960년대의 사진에 나온 한 남자의 헤어스타일이라고 한다. 질겁을 한 배우와 달리 감독(들)은 꽤 마음에 들어했다고 한다. 물론 바르뎀이 처음으로 머리를 자르고 나타났을 때 의자에서 떨어지며 웃어댔다고 한다.(...) 그렇게까지나 자신의 머리에 신경써준 덕분에 하비에르 바르뎀은 감독 욕을 입에 달고 살았다고 한다. 감독이 "그 머리 해놓고는 누구랑도 못 자겠다, 야."라고 한 말에 매우 매우 빡쳤다고 (바르뎀 : 감독 개객끼들아, 동전 던져봐) 고백했다. 그렇기는 해도 명연기를 보여준 바르뎀의 연기로 안톤 쉬거는 이 영화에서 꽤 인상적인 모습을 남겼고 바르뎀은 이 배역으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하비에르 바르뎀은 자신이 연기한 안톤 쉬거와 달리 실제로는 운전도 할 줄 모르고 총기류를 무서워해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촬영할 때 컷사인이 나면 질겁하면서 총을 내려놨다고 한다. 스탭으로 참여한 총기 전문가에게 스패니쉬 발레리나라고 불렸다고 한다.
악역 전문 배우(?)인 마크 스트롱이 하비에르 바르뎀과 함께 안톤 쉬거 역의 최종 후보 둘 중 한 명이었다고 한다. 코엔 형제 영화에 출연하는 것을 염원했기 때문에 아쉬웠지만 바르뎀이 자신보다 낫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영화평론가 이동진은 안톤 쉬거의 헤어스타일을 가리켜 범죄와의 전쟁에 등장하는 박창우와 더불어 2012년을 강타한 단발이라 평했다. 헤어스타일 뿐만 아니라 둘다 나쁜놈이고 이해하기 힘든 캐릭터라는 점도 동일하다.
2012년 한국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의 등장인물 J의 엽기적인 헤어스타일은 안톤 쉬거의 오마쥬인듯 하다.
캐틀건을 이용해 잠궈져 있는 문을 따는 장면도 나오는데(영화에서는 오프너로 병뚜껑을 따는 듯한 시원한(?) 음향이 나온다. 심슨에서 이 패러디가 나왔다. 예전에 군 복무를 했다는 복선이 있으나 작품 내에서 확실히 밝혀지진 않는다.
영화는 시종일관 누가 나쁜 놈인지, 좋은 놈인지 모를 메마른 배경에 엔딩 크레딧을 제외한 배경음도 전혀 삽입되지 않아 시종일관 건조한 느낌을 전해준다. 할리우드 액션영화의 클리셰을 기대하고 보다가 된통 뒤통수맞은 이들도 있었을 터.
주연배우인 조시 브롤린, 토미 리 존스, 하비에르 바르뎀은 이 영화에서 단 한 번도 같은 장면에 잡힌 적이 없다. 심지어 모스와 쉬거의 총격전이 벌어질 때도 쉬거는 단 한 컷밖에 나오지 않는다. 영화 흐름만 보면 각각의 개별적인 이야기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쉬거와 직접 대면한 인물들 중에서 다시 등장하는 인물은 단 한 명도 없다. 심지어 총격을 당하거나 살해당한 장면이 없다고 해도.
극 중 마지막 장면에서 쉬거는 자신의 발에 피가 묻었는지 확인하나 흉기는 들고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살려준 게 아닌가 착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원작에서는 직접 총으로 쏴 죽이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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